[기자수첩]낭만을 추억하며
[기자수첩]낭만을 추억하며
  • 신동민 기자
  • 승인 2014.01.17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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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여름 태국 방콕 배낭여행 당시, 우연히 영국에서 온 40대 초반의 남자를 만났다. 6개월 째 태국 전역을 돌고 있다던 그는 스킨스쿠버를 즐기러 코사무이로 이동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태국여행을 모두 마친 후에는 네팔로 가서 인도를 여행하고 있는 여자친구와 조우할 것이라며 설레어 했다. 여정이 끝나는 날짜는 아직 정해두지 않았다던 그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카오산로드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아유타야 등 풍성한 볼거리를 품고 있는 태국 방콕에서의 ‘낭만’적인 추억을 오랫동안 간질 할 것 이라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태국 방콕의 도심은 여행자들이 아닌 반정부 시위대로 가득 메워졌다. 수천 아니 수만 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머리에 노란 띠를 두르고, 방콕 시내의 교통을 차단한 채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미리 예고한 대로 7개 지역 거점은 봉쇄된 상황으로, 한인상가가 몰려 있는 아속 사거리도 시위대가 점령했다고 한다.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일명 '셧다운 시위'다.

 이들의 요구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퇴진과 조기총선이다. 유혈충돌이 빈발하는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으로, 여행업계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을 포함한 45개 국가는 자국민의 방콕 여행 자제령을 내렸고 현지 한국대사관은 관광객들에게 시위 장소에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시위대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지 말라고 권고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콕은 여행지로 명성이 높았다. 스마트 트래블 아시아에서 주관하는 투표에서 방콕은 '최고의 휴양지'로 선정됐다. 또한 '최고의 비즈니스 도시'부분에서도 4위에 랭크됐다. 마스터카드 월드와이드가 발표한 2013년 글로벌 데스티네이션 시티 지수에도 방콕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 여행객은 총 1598만 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6시간 거리에 다양한 LCC 노선을 갖춰 하루에 약 3000명 정도 입국할 만큼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도 방콕은 인기가 높다.

 하지만 시위의 여파로 인해 태국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계는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각국 항공사들 또한 태국행 항공편을 취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다른 나라로 우회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도 방콕여행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저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만큼 시시비비를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엄청난 숫자의 시위대가 방콕 시내의 도로 위를 점령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 부디 조속히 사태가 해결돼, ‘긴장’이 아닌 ‘낭만’의 추억을 만들던 여행자들로 가득했던 그 때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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