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바꾼 여행, 한글 디자이너 ‘이건만’ HE STORY
인생 바꾼 여행, 한글 디자이너 ‘이건만’ HE STORY
  • 신동민 기자
  • 승인 2016.07.22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는 “여행이 인생을 바꿨다” 말한다. 여기 20대 시절 후배 2명과 떠난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최초의 한글 모노그램(글자를 합쳐 도안화)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남자가 있다. 자신감 넘치는 중저음 목소리와 어울리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인 그는 사무실 한쪽에 놓인 빨간 캐비넷에서 빛바랜 사진이 가득 담긴 추억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보다 멋진 인생을 디자인하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을 늘 희망한다”고. ‘여행’을 통해 받은 ‘영감’으로, 한글과 디자인의 매력적인 결합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이건만 AnF(Art&Future)의 이건만 대표를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배낭 그리고 유학 
이건만 대표가 건넨 명함에는 다양한 색상을 띈 바코드 문양을 붉은 실이 가로지르고 있다. 이는 한국 고유의 색이라 일컫는 오방색(백·청·황·적·흑) 및 그 사이 빛깔인 오간색과 섬유를 전공했음을 의미한다.
대학입시를 1년 정도 앞두고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이 대표는 83학번으로 홍익대 미대에 진학해 섬유미술을 전공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섬유공예 과정을 밟던 중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1990년 후배 2명과 함께 가이드북 하나를 손에 쥐고 45일간 떠난 유럽 배낭여행.

“영국에 도착해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을 다녔다. 책에서만 보던 풍경을 두눈으로 마주하게 되니 신기했다. 그리고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해 보자는 자신감과 함께 당시만 해도 현지인들에게 낯선 한국 문화를 알려 나가야겠다는 동기가 생겼다”던 그는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그렇게 1992년 시카고로 떠난 이건만 대표는 크랜브룩 미술 아카데미 대학원에서 섬유와 디자인을 공부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했던 만큼 틈틈이 떠남을 즐겼다. 자동차 한 대를 사서 뉴욕부터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국립공원까지 이어진 미국 횡단은 이건만 대표가 향후 ‘아트’에서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루 15시간씩 운전하면서 어쨌든 지도만 따라가면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는 루트를 경험하며 계획적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목적지인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바라보며, 자연이 빚어낸 감동은 결코 따라 갈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대신 실용성과 심미성을 두루 갖춘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고 이건만 대표는 회상했다.

한글 브랜드 도전
귀국 후 모교에서 강의를 하던 이건만 대표는 2000년, 이름 석자를 내건 ‘이건만 AnF’를 설립하고 유럽 배낭여행과 미국 유학 시절부터 꿈꿔온 한국문화를 알리는 디자인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 아이템을 찾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한글’.

‘범국민 언어문화개선운동 홍보대사’에 위촉된 바 있는 이 대표는 “유럽 배낭여행 때 문화의 중요성을, 미국 유학 시절에는 언어의 힘에 대해 느꼈다. 그래서 방학 때 한국에 들어오면 가능한 많은 한국어 책을 사다가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었다”며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상상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낼 수 있다. 이를 가방, 넥타이, 스카프 등에 적용한 고유의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고, 처음부터 명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여행 디자인 기대
현재 인천공항을 비롯해 주요 면세점에서 판매 중인 디자이너 이건만의 한글 모노그램 제품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인사동 직영 매장에 대한 반응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인바운드 여행사들과의 제휴를 통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일본과 중국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앞둔 학생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들에게도 내가 그랬듯, 인생을 바꿔 줄 수 있는 의미있는 떠남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여행업계의 멋진 여행 디자인을 기대해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보다 멋진 인생을 디자인하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을 늘 희망한다”고 활짝 웃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