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①>의료관광 얕보다 큰 코 다친다
<기획시리즈①>의료관광 얕보다 큰 코 다친다
  • 박재붕 기자
  • 승인 2011.03.1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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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관광 아직은 걸음마 단계 ② 시장가능성 ③ 의료관광사업으로 성공하려면
‘죽 쑤어 개 바라지’하는 상황 직면
등록여행사 중 3분의 2는 사업포기

  현 정부가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의료관광을 본격화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한 지 어언 3년이 흘렀다.

지난 2009년 의료법 개정으로 외국인환자 유치 및 알선행위가 허용되자 의료관광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여행사를 포함한 대부분 유치업자들은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고, 사업실적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여행사들은 벌써 사업을 포기하거나, ‘죽 쑤어 개 바라지’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내 의료관광사업이 시장초기 상황임을 감안, 향후 ‘블루오션 시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앞으로 3회에 걸쳐 국내 의료관광 실태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외국인 의료환자 유치사업은 한 때 여행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부각되면서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까지 비쳐지기도 했다.

  건강관련 여행수지 지수(단위 백만달러)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료관광은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단계이다.

한 예로 지난 2009년 한 해동안 우리나라의 의료관광객수는 6만명에 불과했으나 태국은 139만명, 인도 약 50만명, 말레이사아 20만명 수준에 달했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 체인인 아폴로메디컬그룹은 지난 한 해에만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6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관광객 수를 한 병원에서 유치한 셈이다.

싱가폴도 우리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63만명을 유치했다.

◆ 등록여행사 3분의 2는 ‘사업포기’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환자 유치기관으로 등록된 기관은 총 2036개소다.

이 가운데 외국인환자를 직접 유치해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치기관으로 등록한 의료기관수가 1843개소이고, 나머지 200여곳은 유치업자다.

200개 유치업자 중 여행업을 본업으로 하고있는 곳이 약 60여곳이며, 나머지는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전문 에이전시(Agency)들이다.

하지만 유치업자로 등록한 여행사 60여개 중 현재 실질적으로 의료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여행사는 20여개 불과하다.

그 외의 여행사들은 이미 사업을 포기하거나 아예 핸들링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치업자로 등록한 여행사의 약 3분의 2가 의료관광업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실례로 외국인환자 유치 및 알선업이 허용된 지난 2009년 러시아 여행객을 주타겟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H여행사는 최근 직원들을 모두 정리하고, 사업을 접은 것은 알려졌다.

이 보다 더 빠른 지난 2006년부터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을 시작했던 W여행사도 환자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사업명맥만 유지할뿐 과거처럼 적극적인 활동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W여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강검진 환자를 제외하더라도 한 달에 4∼5명씩은 유치했으나, 지금은 1∼2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료여행객수가 과거 2006년, 2007년보다 약 8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 ‘죽 쑤어 개 바라지’하는 여행사들 

이처럼 여행사들이 의료관광 유치업에 뛰어드는 것과 실제로 많은 외국인 의료환자를 모객하고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유지해 나가는 것과는 별개의 일처럼 먼 나라 얘기다.

그 만큼 철저한 준비가 담보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단발성으로 해외환자 유치에 성공해서 국내 병원에 소개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번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환자라 할지라도 두 번째로 한국에 올 때는 국내 병원과 바로 접촉해서 오거나, 현지 여행사를 통해 바로 와 버리리는 경우가 거의 태반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 여행사들이 의료관광객들을 모객해서 직접 국내병원과 접촉하는 추세여서 국내 여행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 활동중인 일부 외국인 가이드들은 처음에는 국내 여행사 소개로 환자들을 행사하다가 나중에는 이 환자들을 가로채 버리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를 중간에서 가로채 버리는 경우는 병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이 직접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여행사에 커미션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진료비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처음 유치했던 국내 여행사가 나중에는 결국 이 관광객을 의료기관에 빼앗기거나 가이드 또는 현지 여행사에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결국, ‘죽 쑤어 개 바라지’하는 상황과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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