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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천천히 크렴멕시코 사카테카스 부파산 정상

 

‘저 발이 닿으면 같이 식사할 일이 많진 않겠지...’

며칠 전 아내가 읽어보라며 한권의 책을 건네줬다. 어느 평범한 맞벌이 부부의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을 담은 그림 앨범 ‘천천히 크렴’.

직장인으로 과로는 필수, 야근은 선택이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 아빠엄마는 언제 훌쩍 커버릴지 모를 아이와의 잊지 못할 순간을 그림에다 채워 나간다.

책을 읽다보니 문득 저녁에 퇴근 할 때마다 늘 식탁에 나란히 앉아 4살 난 아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맞벌이건만 바쁘단 핑계로, 아들과 저녁밥을 먹는 시간은 주말뿐인 거 같다.

며칠 전 주말. 셋이 모여 저녁을 먹던 중 아내가 물었다. ‘천천히 크렴’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문구가 무엇이냐고. 아내는 아이가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림과 함께 쓰인 ‘저 발이 닿으면 같이 식사할 일이 많진 않겠지...’라고 했다.

해발고도 2442m의 고원이자 좁은 계곡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멕시코 중부의 사카테카스.

1546년 대규모 은광이 발견되며 이뤄진 이 도시에서는 지금까지도 그 흔한 네온사인 하나 볼 수 없는 히스토릭한 건물들이 자리해 있다. 특히 분홍색 석재로 지은 건물이 많아 ‘핑크스톤(Pink Stone)의 얼굴과 은(Silver)의 심장을 가진 도시’로도 불린다. 자갈을 깔아 만든 중세도로를 따라 사카테카스를 상징하는 부파산 정상에 올랐다.

멕시코 민중혁명 영웅인 판초비아 동상이 우뚝 서 있는 부파산 정상에는 멕시코 전통민요 마리아치(Mariachi)의 레퍼토리 중 하나인 코리도(corridor)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부파산 전망대로 가는 길. 조금만 바람이 세게 불어도 당장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얇디얇은천 위에 총천연색 팔찌, 피리 등을 올려놓고, 무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던 어느 모녀(母女)를 만날 수 있었다. 여행자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는 엄마 옆에서 해맑게 웃고 있던 아이는 나에게 다가와 신기한 듯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작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봤다. 그러더니 또 막 깔깔 거리며 엄마 품으로 달려들었다. 엄마는 딸이 3살이라며 이름을 알려줬다.

사카테카스 일정에 동행하면 친해진 코스타리카에서 온 한 여행사 대표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며, 한국으로 돌아가 아이에게 선물하라며 녹색 피리 하나를 선물하며 한마디 덧붙였다.

“세계에서 행복한 나라를 꼽을 때 늘 언급되는 코스타리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 바로 인생은 좋은 것이란 뜻을 가진 푸라 비다(pura vida)이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를 기대하느라 아등바등 오늘을 살며 눈앞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아들.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 언제 오냐고 기다렸다며. 오늘도 집에 늦게 들어가서 미안해. 주말에 재밌게 놀자. 천천히 크렴.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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