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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의 우월한 권리, 여행사의 부당한 의무

上 항공권 유통구조·실태 공정거래 관련법상 쟁점

中 항공사의 여행사 발권대행수수료 폐지조치 평가

下 항공권 유통체계의 위헌성 검토 및 나아갈 길

 

롤스의 정의론

사회의 모든 가치. 즉 자유와 기회, 소득과 부, 인간적 존엄성 등은 기본적으로 평등하게 배분돼야 하며 가치의 불평등한 배분은 그것이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정의(正義)롭다고 본다.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사회구성의 2가지 원리는 ‘기본적 자유의 평등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조정의 원리’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할 말은 하고 삽시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영악화로 인해 수년간 꾸려온 작은 여행사가 존폐 위기에 놓인 한 대표가 자리를 떠나며 한 말이다. 이 목소리를 들은 장소는 지난 18일 오후2시 을지로 KEB하나은행 대강당에서 개최된 ‘항공권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였다.

항공여행업계, 관련기관 및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400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운 이날 공청회는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항공권 유통구조 및 실태에 있어 공정거래 관련법상 쟁점과 평가’를,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항공사의 여행사 발권대행수수료 폐지조치에 관한 공정거래법적 평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자로 최요섭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손계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좌혜선 소비자단체협의회 변호사, 채형복 경북대학교 교수, 최용전 대진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최근 여행상품에 있어 필수불가결인 좌석을 움켜쥐고 있는 항공사가 항공권 판매라는 노동을 대행하고 있는 여행사에게 지불해야할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받으라고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때문에 여행사는 어쩔 수 없이 ‘발권 수수료’라는 이름의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만원을 더 부가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라 달가울 리 없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인 상황이 억울하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모든 회원 항공사를 대리한 대표자격으로 IATA가 승인한 개별여행사(IATA인가대리점)와 표준계약서(PASSENGER SALES AGENCY AGREEMENT)를 통해 대리점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표준계약서 대리점 규정 016a’에 따라 9%의 발권 수수료를 지급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01년 모든 항공사가 정율의 동일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자칫 카르텔로서 경쟁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로 발권수수료에 관한 IATA 대리점규정 016a가 삭제됐다.

이에 대해 한 여행업 관계자는 “단, 이것이 발권 수수료 자체가 아예 없어진 것으로 오판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표준계약서 제9조 규정을 살펴보면 대리점의 항공운송 및 보조서비스의 판매에 대해 항공사는 수시로 방식과 금액을 명시해 전달하는 방법으로 대리점에게 보상토록 한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카르텔로 인한 경쟁법 위반을 막겠다는 좋은 의도로 시작됐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항공사별로 서로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내 발권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후 일부 항공사를 중심으로 발권 수수료 폐지, 이른바 제로컴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내 항공사 전반으로 폐지조치가 확산됐다. 항공사 대행 수수료 대신 볼륨 인센티브(VI)를 제공하겠다 나섰지만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화시켰다는 평가다.

항공권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A여행사 대표는 “매해 BSP발권실적 및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제공하는 볼륨인센티브는 규모의 경제 앞에서 중소 여행사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요즘 일부 여행사에서 본격적으로 도입을 시작한 여행업무 취급수수료 TASF 등 수익창출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항공권 판매 대행이라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2000년대 들어 항공권 판매수수료 인하와 폐지 등 유통구조가 계속 변화하고 있으나, 항공권 판매 및 발권을 담당하는 여행사들은 항공사의 반경쟁적 또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압박에 고통받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러한 항공사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일종인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그 특별법인 대리점법 위반, 항공사와 여행사 간 대리점계약의 약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전했다.

이황 교수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PSAA 등은 항공권 판매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도록 계약하였으나 실제 지급은 폐지 또는 VI에 의하는 추세다. 하지만 항공사가 일부 여행사에 대해 지급하는 VI의 경우 그 지급기준과 내용 등이 객관적 기준에 의해 마련돼야 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행되지 않을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또는 불이익 제공에 의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소지가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충성 리베이트(loyalty rebates)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됐다.

또한 여행사들이 항공권 판매에 따라 수행하는 광범위한 업무 중 상당수는 대리점계약이 정한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도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항공사가 PSAA등 원계약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대리점계약’이 정한 범위 외의 것으로, 항공사 요청에 의한 업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법원칙.

BSP제도는 항공사들의 광범위한 지시 및 감독과 잠재적 불이익 제공까지 허용하므로 항공사 요청에 의한 서비스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민사문제를 떠난 공법적 문제 소지를 내포, 불이익 제공에 의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계약범위 초과업무의 예로는 ▲항공사가 신규도입하는 고객서비스를 여행사가 대행하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비용 미지급 ▲항공사 귀책사유로 인한 고객불만 해결을 여행사가 전적으로 담당하는 경우 등이 있다.

항공사와 여행사간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쟁점이라 할 수 있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소지’에 대해서는 공정위 심사지침, 판례, 학설 등 대부분 기준이 일치함으로써 항공사는 여행사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사료됐다.

여행사들은 항공사에 비해 사업규모와 경영능력이 열위에 있을 뿐 아니라 거래의존도 또한 절대적이고 다른 경쟁사업자로 대체가능성도 극히 적다. 더불어 여행사들은 모든 BSP 항공사들과 거래단절을 초래하게 되는 PSAA상 대리점 해지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항공사들은 항공권 판매 및 발권관계에서 여행사에 대해 세세한 지시나 감독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위반 시 불이익을 가할 수 있으므로 우월적 지위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는 것.

이황 교수는 “항공사의 판매발권지침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벌금 등 제재를 가하고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항공사들이 연대해 거래를 중지하는 행위는 항공권의 원활한 판매 및 발권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 합리적 이유 없이 지나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이처럼 판매발권지침 미준수를 이유로 개별적 사정에 대한 고려없이 일률적으로 벌금을 부과하거나 모든 항공사들이 연대하여 거래를 중단하도록 한 것은 PSAA에 근거도 없으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혐의”라며 “참고로 대리점법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특별법이므로, 대리점법 위반이 아니어도 공정거래법 위반이 성립할 가능성이 상존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약관법 위반 소지’에 대한 부분도 언급됐다. 여객판매대리점계약(PSAA) 조항 중에는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소지가 많은 조항이 있으며, 특히 계약서 제2조는 상당한 이유 없이 급부의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고,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됐다.

국적사의 국내선 대리점계약서는 ‘항공사의 권리와 여행사의 의무’만을 정했다는 점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들어 대리점계약서 중 ‘갑은 언제라도 을에게 서면 통고함으로써 권한 및 직무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으며 또한 을은 영업소를 추가 설치하고자 할 시는 갑의 지역별 관리규정에 의거 별도 신규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는 부분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으로써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제10조(책임) 제2항에 따르면 ‘을은 갑이 지급한 항공권, 교환증, 증표류 및 수납금의 분실 기타 일체 사고에 대해 변상해야 한다’는 부분은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약관법 제7조 제2호) 또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으로서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공운송서비스 발전 못지 않게 항공권 유통시스템 역시 끊임없는 경쟁과 혁신을 거치면서 산업발전과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해왔다. 최근 여행수요 변화 및 항공권 발권수수료 폐지 등으로 여행업계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효율성 제고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항공사 등 시장참여자들의 불법행위로, 혁신역량이 저해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권리보호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무승 KATA 회장은 “수수료 지급의 일방적인 폐지나 유통비용을 소비자에게 받도록 전가된 상황이 법률적으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여행업계에서 지금껏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주제를 다루는 공청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지금껏 전국의 여행사들이 생존을 위해 속앓이만 하고 있던 이슈가 공론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차근차근 다음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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