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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 진짜로 늦었다?필리핀 세부 2차선 도로 위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보단 현지인들의 일상을 만나보는 순간을 좋아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그리고 내 눈에 비춰진 모습들을 통해 현재 주어진 내 삶에 감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 여름 가족여행으로 찾은 필리핀 세부. 마치 꿈을 꾸는 듯,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던 어늘 날. 리조트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쇼핑몰로 향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는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렸을까? 유례없는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폭염에 ‘재난’이라는 말이 나오는 더위가 일상처럼 느껴지는 이곳 현지인들의 모습이 차창 밖으로 보였다.

지열로 달궈진 2차선 도로 위. 오토바이에 보조좌석을 설치한 ‘트라이시클’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미군 군용차에서 유래한 지프니(Jeepney)에 비좁게 탄 현지인들과 차창 밖으로 마주하다보니, 매번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일상의 내 모습이 교차돼 떠오른다.

손대면 툭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건물들 사이사이로 해맑은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순간 새어 나왔다. 게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반갑게 손까지 흔들어준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풍요로워 보이지는 않지만 고단한 삶에 치여 인상 쓰고 지내는 우리내 모습 보단 오히려 더 행복해 보였다. 특히 여름휴가지만 벌써부터 출근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녹슨 창살 뒤로, 뒤엉켜 놀고 있는 자매는 무더위에 아랑곳 않고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꺄르르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다섯살배기 아들에게 창문 밖을 보라고 말해줬다. 아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이번 여행이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주길 기대해봤다.

때론 ‘명언’을 뒤집은 말이 더욱 큰 공감을 살 때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로 늦었을 수도 있다. 여행도 그렇지 않을까? 흔히 시간이 많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다며 여행을 차일피일 미룬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주는 여행은 당장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간과 돈이 있을 땐, 이미 너무 늦었을 수도 있으니.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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