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신세 “회사부심 대신 울화통”
찬밥신세 “회사부심 대신 울화통”
  • 강태구 기자
  • 승인 2018.12.1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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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연봉책정

기존 직원 상대적 박탈감 갈수록 심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치는 꼴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울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A여행사 대리는 요즘 울화통이 터진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직장으로, 수년간 담당 부서에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했던 그녀. 하지만 얼마 전 이직해 온 직원이 비슷한 경력임에도 자신보다 높은 연봉을 받게 된 것을 우연히 알게 됐고, 기분이 상해버렸다. A여행사 대리는 “요즘 같은 불황엔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곧 회사에서 버티게 하는 힘”이라며 “그런데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새해를 앞두고 회사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들리지만, 이미 귀에 들리지 않는다. 이럴 바엔 이직해서 몸값을 올리는 게 비전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4%는 “회사부심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15.6%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낮은 연봉’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이은 여행사의 부도소식으로 인해 뒤숭숭한 요즘, 집토끼 단속에 실패하는 사례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직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을 배려하지 않은 들쑥날쑥한 연봉책정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만큼 차라리 이럴 바엔 직장을 옮겨 연봉을 더 받는 것이 현명하다는 잘못된 풍토를 심어주며, 가뜩이나 직원 이탈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여행업계에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C여행사 팀장은 “특출한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 돼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라면 모를까, 단지 이직했다는 이유로 돈을 더 받는 것은 그나마 애사심을 갖고 묵묵히 일하던 기존 직원들을 한순간에 허탈하게 만드는 셈”이라며 “그렇다보니 이직할 생각이 없음에도, 연봉인상을 목적으로 돌연 퇴사 의사를 밝히는 직원들도 늘고 있어 아쉽다. 실제로 한 여행사의 경우 낮은 연봉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급히 연봉책정을 다시 해 간신히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 여행업 관계자는 “불안이 불만을, 불만이 불신을 부르는 형국”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주변에서 들어보면 벌써부터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매번 나오는 이야기지만 무형의 노하우를 제공하는 여행사의 성패는 결국 직원들의 역량을 함양하는데 달려있다. 당장의 어려움을 무마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연봉으로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또한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까지 놓친다는 경구도 잊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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