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토, 내일은 너랑
오늘의 교토, 내일은 너랑
  • 임채호 기자
  • 승인 2019.05.13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교토라고 답할 것이다. 프라하의 로맨틱한 야경도, 몰디브의 찬란한 바다도 없지만 교토가 자아내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 서로를 두고 싶다. 화려함을 쫓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할 일상에 특별한 추억의 발자취를 더하는 것. 어쩌면 허니문이란 이런 의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사랑을 사진처럼 간직하고 그림처럼 그리고 싶다.

교토=임채호 기자 lch@ktnbm.co.kr

 

카모가와(鴨川)를 걸으며

정지용 시인 <압천(鴨川)>의 배경은 바로 카모 강이다. 교토에 위치한 도시샤 대학에 재학했던 정지용 시인과 윤동주 시인이 거닐며 시상을 떠올리던 카모 강을 걷다보면 그들이 왜 이곳을 그토록 사랑했는지 저절로 느낄 수 있다. 카모 강은 화려한 조명과 구조물을 통해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꾸며내지 않는다. 대신 모습 그대로 평범함을 유지해 관광지가 아닌 교토 사람들의 안식처로 남아 있다.

그래서 카모 강에서는 관광지로서의 교토가 아닌 진짜 교토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강변 곳곳에 걸터앉은 이들과 자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잠시 앉아 강을 바라보면 누군가가 흐르는 물속에 띄워 보냈던 행복이,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아마도 카모 강을 찾는다면 교토 사람들이 왜 그리도 이곳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고, 집 앞에 이렇게 감성적인 장소가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러워질지도 모른다.

 

영화처럼 그려보는 하루

고마츠 나나 주연의 로맨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교토 곳곳을 배경으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교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교토를 가장 아름답게, 사랑을 가장 애절하게 그린 이 영화를 감상하고 여행을 떠난다면 교토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히 카모강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인 카모가와 델타의 돌다리는 영화 주인공처럼 거닐며 데이트를 즐기기 좋다. 또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주제곡 'Happy End'와 함께 아름다운 노면 전차 풍경을 보여준다. 카모가와 델타 옆에 위치한 데마치야나기 역은 바로 이 엔딩 크레딧 촬영지를 지나는 에이잔 전차의 출발점이다.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고 일본 특유의 소소한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에이잔 전차에 몸을 맡기고 그들이 오가며 사랑을 나눈 장소를 지나면 영화 속에서 느낀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하루를 선물 받을 수 있다.

 

재즈 선율이 흐르는 곳에

다시 데마치야나기 역으로 돌아왔다면 고개를 돌려보는 것이 좋다. 데마치야나기 역 옆에는 최대 6명 정도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러쉬 라이프(LUSH LIFE)'라는 재즈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이름은 카페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카레라이스와 야끼소바 향이 짙게 풍겨온다. 내부는 주인장이 선곡하는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고 있고, 낡은 LP판들과 테이블 바로 앞에 자리한 주방, 나무 큐브에 손글씨로 적힌 메뉴는 빈티지함을 더한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카레라이스. 집밥의 느낌이 가득하며 맛 또한 일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소소한 공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재즈 음악을 배경 삼아 담소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동네 산책

술이 익는 마을인 후시미 마을은 가장 평범한 교토의 모습을 담고 있다. 교토에서 7km 정도 떨어진 남부 외곽에 위치한 후시미 마을은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 금각사, 은각사, 청수사 등과 달리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 좋다. 특히 호리카와를 따라 걷는 코스는 고즈넉한 강변 풍경을 벗 삼아 걸을 수 있어 좋다. 동네를 산책하다보면 인기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의 포스터의 배경이 된 후시미데 아이하시도 마주할 수 있다.

만약 사케를 좋아한다면 일본을 대표하는 주조 회사 겟케이칸(月桂冠)이 운영하는 주조 박물관을 둘러봐도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