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를 다듬는 사내
망고를 다듬는 사내
  • 신동민 기자
  • 승인 2019.05.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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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의 어느 먹자 골목

강렬한 랜드마크는 곧 그곳을 상징한다.

호주 시드니에 자리해 있는 오페라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코발트빛 바다와 묘하게 어우러진 새하얀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항을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1957년 세계 설계공모심사에서 1차에 탈락한 도면이 우연히 한 심사위원 눈에 띄면서, 재심사 결과 극적으로 선택된 덴마크의 건축가 요른 웃손은 오렌지 껍질을 벗기는 도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껍질을 반쯤 깎아 살짝 펼쳐놓은. 하지만 당시만 해도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지붕을 고정하는 기술력이 부족했다고. 때문에 지붕을 건축하는 데에만 5년이 걸렸다. 설계변경을 거부한 건축가가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4년 예정의 공사는 무려 15년 만에 끝이 난다.

게다가 이러한 독창적 설계는 비슷한 규모의 건축물에 비해 14배나 되는 건축비용이 소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호주 정부는 복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시드니 랜드마크인 이곳은 오페라 관람보다는 건물 자체를 관람하기 위해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모여 들고 있다.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중국의 최남단 섬인 하이난(Hainan)을 취재차 방문했다. 중국인들 사이에 일평생 한번은 꼭 봐야할 공연으로 꼽히는 송성가무쇼극장으로 향하는 길. 지역 음식을 파는 먹자 골목을 따라 걸었다. 그러던 중 문득 큼지막한 과도로 망고를 손질하는 사내가 보였다. 그가 껍질을 벗겨 잔뜩 쌓아놓은 망고의 모습에서, 나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보낸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가 떠올랐다. 더불어 당시의 추억까지도.

여행이란 이런 것 같다. 때론 새로운 관점을, 때론 아련한 추억을 남겨 주는 것. 여행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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