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좋은날, 서촌共感
여름날, 좋은날, 서촌共感
  • 임채호 기자
  • 승인 2019.06.1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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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공감의 6월 이야기”

랜드공감(회장 김남철)이 지난 3일 서촌에서 정기 월례회 및 6월 문화체험활동 설재우와 함께 하는 서촌 이야기골목 투어를 진행했다. 문화체험활동에 가이드를 맡은 설재우 작가는 서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거주 중인 서촌 토박이로 서촌 구석구석의 역사와 이야기를 기록한 <서촌방향>을 집필한 바 있다. 김남철 랜드공감 회장은 신년목표로 계획했던 문화체험활동을 통해 회원사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임채호 기자 lch@ktnbm.co.kr

 

사실 평소에 별 감흥 없이 지나치던 골목 속에 어떠한 볼거리가 있을지 반신반의 했다. 게다가 뜨겁게 내리 쬐는 햇볕이라니. 발걸음이 절로 무거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막상 투어가 시작되자 그러한 생각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서촌에서 나고 자랐다는 설재우 작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서촌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나만이 서있을 뿐이었다.

 

서촌, 그 출발점

경복궁 서편 영추문은 경복궁 서편에 위치해 있으며 1960년대 복원사업을 통해 일제강점기에 무너졌던 성벽을 복원했다. 이 영추문을 기점으로 서편에는 일본 관사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 인근 15개 동 지역을 서촌이라 부른다.

맞은편에 위치한 보안여관은 영추문과 함께 서촌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서정주 시인과 이중섭 화가 등 저명한 예술인들이 묵었던 보관여관은 2010년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장으로 재탄생했고, 2017년부터는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전시를 비롯해 이곳을 거쳐 간 예술가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높다. 또한 보안여관은 서태지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굽이굽이 골목감성

서촌은 특유의 골목감성을 한껏 머금고 있다. 일본식 건물과 한옥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서촌 골목 풍경은 일본여행과 한옥산책을 동시에 즐기고 있는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래서 서촌을 걷다보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그리고 골목과 골목 사이를 거닐다보면 자연스레 만들어진 빈티지한 풍경에 스며있는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 들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서촌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창성동 미로미로는 마치 이탈리아 베네치아 부라노섬과 같은 알록달록한 색감이 인상적인 골목이다. 집집마다 놓인 화분들은 한 데 모여 청량감 가득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조용한 골목에 내리쬐는 햇빛은 평온함을 안겨준다.

역사가 남긴 잔향

서촌 지역은 조선총독부 관사들이 위치했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담고 있다. 아픈 역사였기 때문에 대부분 재개발을 통해 흔적을 지워나갔고 현재 5채 정도 남은 옛 조선총독부 관사 건물은 조선총독부 관사의 지붕 양식만 남기고 리모델링을 통해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다.

이상의 집에서는 근대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시인 이상의 잔향을 느낄 수 있다. 이상이 집필했던 시, 소설, 수필, 그림, 도안, 삽화의 실제 발표본과 함께 이상의 사진을 바탕으로 조각된 흉상, 이상의 <날개>에 등장하는 건물 옥상 난간, 이상의 방을 구현해 놓은 공간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해설사의 자세한 해설과 함께 관람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과 예술학도들이 찾는 곳이다.

이외에도 서촌 곳곳에는 민주주의 토대를 구축한 제헌동지회가 사용했던 제헌회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 황후 순정효황후 윤씨의 친가터’, 인왕산에 지어졌던 옥인시범아파트의 흔적, 시인 윤동주가 머물렀던 윤동주 하숙집 터등 역사의 잔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가득하다.

최고의 회원사

이번 랜드공감 문화체험활동에 가장 열정적인 태도로 임한 정희용 러브어스투어 대표는 우리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문화와 역사를 되짚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라며 어려운 업계 근황 속 색다른 기분전환과 더불어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로 이상의 집을 꼽았다. 이상의 <날개>와 동일한 제목에 글을 집필하고 신문사에 기고한 적도 있는 그는 이상의 집에서 다음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해가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시간 이상 걸었음에도 왠지 모를 상쾌한 기분이 몸을 휘감고 있었고, 머릿속이 서촌이 지나가며 남긴 잔상들로 아른거렸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시작 전에 가졌던 쓸데없는 걱정들이 저만치 날아가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가끔 찾아 거닐 수 있는 친구 같은 여행지를 만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오늘에서야 비로소 서촌에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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