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람회의 딜레마
[기자수첩] 박람회의 딜레마
  • 임채호 기자
  • 승인 2019.06.2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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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시간에 맞춰 관람객들이 구름처럼 몰린 부스 옆을 기웃거리던 50대 관람객에게 담당 직원이 건넨 말이다. 그 말을 들은 50대 관람객은 맥 빠진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인스타그래머블 스폿(Instagramable Spot: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장소)’을 필두로 최근 전시·박람회 문화를 선도하는 연령대는 분명히 20대지만, 여행상품의 실질적 구매로 이어지는 연령은 아직도 40대 이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그 부스는 어쩌면 강력한 잠재 수요자를 떠나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박람회의 딜레마는 이벤트와 정보제공 간 균형이다. 정보제공에 치중하자니 흥미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이벤트에 치중하자니 체리피커(Cherry Picker: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이벤트 경품 등 실속에만 관심 있는 소비자)’의 급증이 우려된다.

여행 박람회는 여기에 타겟 설정의 딜레마를 하나 더 가진다. 여행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여행 박람회에서 실질적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은 중요하기 때문. 이전 박람회에 참여했던 여행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부스를 디자인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며 많은 홍보비용을 지출하지만 실질적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딜레마 속 확실한 선택을 내려야할 때다. 홍보에만 그칠 것인지, 실질적 구매 유도까지 기획할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하나투어가 박람회 규모를 축소하고 콘셉트를 여행마켓으로 설정한 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지출과 비례하는 수요창출을 원한다면 애매하게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확실한 타겟을 설정하거나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세심한 이벤트 전략이 필요하다. 인스타그램이 유행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단순한 접근 방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불황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업계 현황 속, 박람회가 돈 낭비로 치부되지 않도록 박람회 참여사들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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