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있어요, ‘그냥’
치앙마이에 있어요, ‘그냥’
  • 임채호 기자
  • 승인 2019.07.0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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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로 한 달 살기를 떠난 적이 있었다. 여행 소식을 알리자 주변에서는 도대체 뭐가 그리 좋길래 한 달씩이나 떠나냐는 물음이 쏟아졌다. ‘그냥이라는 단어 말고는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복잡한 방과 그보다 더 복잡한 머릿속을 무책임하게 뒤로 한 채 떠난 여행, 주변 사람들은 걱정이 됐는지 치앙마이에서 뭐하고 지내?”라고 물어왔다. 그때도 답했다. ‘그냥있다고. 주변에서 더 걱정 많았던 여행이 어땠는지에 대한 답변을 이제야 전해본다.

치앙마이=임채호 기자 lch@ktnbm.co.kr

 

<‘그냥있어도 좋더라>

치앙마이 곳곳은 말 그대로 그냥있어도 좋은 곳들이 많다.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 든다고.

그중에서도 방대한 크기의 캠퍼스를 보유한 치앙마이대학교 안에 위치한 앙깨우 호수(Ang Kaew Reservoir)’는 하릴없이 걸으며 천천히 시간을 만끽하기 좋다. 뜨거운 열기가 사그라드는 해 질 녘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하나둘씩 앙깨우 호수 근처로 모인다.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풀밭에 앉아 독서에 열중하는 사람들,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평화로운 분위기는 대학교 시절 낭만 가득했던 캠퍼스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리고 기억들 위로 뒤덮는 핑크빛 노을은 이곳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들곤 한다.

치앙마이에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오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타 페 게이트(Tha Phae Gate)’로 향한다. 과거 란나 왕국 수도의 흔적을 간직한 적갈색의 성벽은 올드시티의 출입구 이자 역사적 상징물이다. 특히 주황빛 조명이 켜지는 저녁이면 나무 아래 벤치에 걸터앉아 타 페 게이트가 선사하는 치앙마이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올드시티 북쪽을 천천히 산책하다보면 창푸악 게이트 근처 허름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주인공은 노스게이트 재즈바(The North Gate)’. 치앙마이 여행자라면 꼭 한 번씩은 들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곳은 시원한 병맥주 한 병과 함께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을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어도 좋다.

핑 강 부근에는 치앙마이의 밤을 가장 화려하게 밝히는 나이트 바자가 위치해 있다. 그리고 이 부근에는 서양 어느 골목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재즈바 타페 이스트(Thapae East)’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비밀스러운 아지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값싼 맥주와 라이브 올드재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데 손님의 80%가량은 황혼여행을 떠나온 서양 노부부들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앉아 있다 보면 또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신비스러운 기분이 들곤 한다.

 

<그냥 있었더니>

인연은 언제나 불현듯이 찾아온다. 발길 닿는 대로 이곳저곳을 향하다 보니 어느새 낯선 여행지의 두려움과 막연함은 사라지고, 그 빈 공간을 채워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남았다. 어쩌면 그냥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만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젊고 활기 넘치는 스폿을 꼽으라면 단연 조 인 옐로우(Joe In Yellow)’.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은 물론 치앙마이대학교 학생들도 모이는 클럽은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다. 다소 쭈뼛거리던 내게 만나서 반갑다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 제이(Jjay)와 퍼룬(Fern) 역시 치앙마이대학교 학생이었다. 언론을 전공하는 점이 비슷했던 우리는 금세 친해졌고 그들은 내게 치앙마이에 대한 이것저것을 알려주며 친해졌다.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이다.

또한 그들은 태국의 젊은 현지인들만 찾는다는 클럽 타 창 카페(Tha Chang Cafe)’는 물론 카페로 유명한 치앙마이를 소개해준다며 퍼룬의 이름과 똑같은 퍼룬 카페(Fern Cafe: 태국어로 둥지를 의미한다)’에 데려가며 치앙마이 곳곳을 알려주려 애썼다. 그들을 통해 혼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했다.

이틑날, 사진을 좋아하는 점 역시 비슷했던 그들은 다음 날 치앙마이의 필수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왓 체디루앙(Wat Chedi Luang)’으로 출사를 나가지 않겠냐며 제안했다.

1411년에 지어진 왓 체디루앙은 건축 당시 90m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했지만 16세기에 일어난 거대한 지진으로 사원 일부가 소실돼 현재 높이는 60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진으로 소실돼 문화재로서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왓 체디루앙은 여전히 치앙마이의 중심부에서 여행자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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