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기자수첩]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 임채호 기자
  • 승인 2019.08.10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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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어쩌다 이런 말이 나왔을까.

한일 무역분쟁은 여행업계는 물론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다. 사태가 극으로 치닫자 기업들은 일본 색채 빼기에 여념이 없다. 광화문 주변은 연일 시위로 가득하고, 출퇴근길에 보이는 풍경은 반일운동 포스터와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일본 상품 사용에 대한 뉴스가 전해지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불같이 끓는다.

상황이 급변하자 여행업계도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공사는 일본행 기단 축소에 나섰고, 특가 이벤트는 일본이라는 문구를 전혀 넣지 않고 진행한다. 여행사는 대체 지역 여행상품에 주력하며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그들이 일본을 지우고 빠져나가자 그곳에는 일본하나만을 바라보고 일했던 이들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동안 홍보에 열 올리지 않아도 장사가 잘 된다던 일본여행업이 불과 한 달 사이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일본 상품을 판매하던 여행사 일본팀 직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전환배치를 받은 직원은 낯선 업무의 벽에 놓이거나 객식구취급을 받기 일쑤다. 팀에 남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공지 한 시간 전에 다른 팀으로 가게 됐다고 말하며 사내게시판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행정을 보이는 곳도 있다고.

랜드사는 더욱 심각하다. 도산 위기에 처한 곳이 수두룩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곳이 늘고 있다. 수천명의 일본 전담 가이드들 역시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돼버렸다.

이들은 , 일본 때문에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지며 본인을 쳐다보는 눈빛이 더욱 아프다고 말한다. 일을 어렵게 만든 미꾸라지취급에 그들은 이렇게 된 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이고 속으로 삼킨다.

억울함과 끓어오르는 분노가 담긴 화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분명히 지양해야 한다. 특히 여행업에 있어 LCC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여행사의 기둥 역할을 하던 일본시장의 몰락은 단순히 남 일이 아니다. 축이 무너지며 생겨난 가중치는 결국 여행업 전반에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골칫덩이취급보다는 그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드높일 때다.

다양한 관계가 얽힌 여행업계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 상생’. 지금이야말로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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