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행은 선진국, 마인드는 후진국
[기자수첩] 여행은 선진국, 마인드는 후진국
  • 이예린 기자
  • 승인 2019.08.2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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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 매체의 한 기사를 봤다.

폭염에 에어컨 없는 찜통 호텔, 입 다물라 각서 내민 여행사보자마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무더위에 고생한 고객에게 입 다물라 각서로 협박 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 기사에서 나는 역으로 해당 직원의 고충을 느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 일부 지역은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특성으로 3, 4성급 호텔에도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저가 유럽건물의 경우 건물주 마음대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사실상 에어컨을 설치하기가 어렵고, 2년 전부터 더워진 날씨 탓에 컴플레인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실질적으로 여행사 입장에서 호텔 전체를 돌아보며 막상 에어컨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해당 내용에 대해 홈페이지에 표기를 해두지만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철저한 서비스정신으로 어쩔 수 없이 약소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허나 일부 악덕 고객의 경우 현지에서 보상 받은 서비스를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 받지 못했다 거짓말하며 막무가내로 더한 보상을 요청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기사의 제목처럼 입 다물라각서를 내민 것이 아니라, ‘보상해드렸습니다라며 증빙 서류를 남긴다는 말이다.

여행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이들이지만 막무가내의 고객들과 과도한 서비스정신으로 인해 여행사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 실제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객들은 제공되는 서비스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지불한 돈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조건적인 서비스와 지원은 업계에서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일명 리딩여행사와 대등하지 못하는 소규모 여행사들은 그만큼의 지원이 힘들어 쩔쩔맬 때도 부지기수. 각종 이슈와 사건이 일어날 때에도 대형여행사가 대처하는 방안을 눈치 보기 급급하며 그만큼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얽매인다.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요즘, 여행은 선진국처럼 떠나길 바라면서 그 속내의 마인드는 후진국보다도 못한 고객도 함께 늘고 있다. 취재를 다니다보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할 언행을 지키는 고객에게 감동받았다며 미담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자면 코끝이 찡해온다. 그들은 감정을 억누르고 고객을 응대하지만 전화 상담 후 점수까지 매겨가며 검열 당한다.

일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여행, 허나 그것을 핸들링하며 축적되는 여행사 직원들의 스트레스. 무한 반복되는 쳇바퀴 속에서 여행사의 획기적인 발전이란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지원하는 서비스에서 나오는 것인지 다시금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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