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 없이 잘 돌아가나 보자”
[기자수첩] “나 없이 잘 돌아가나 보자”
  • 임채호 기자
  • 승인 2019.10.2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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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심정에 퇴사를 고민해봤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여기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나 보자라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또는 이별 통보를 받고 나 없이 잘 살 거 같아?”라며 분통을 터뜨린 경험도 있었을 터.

과연 생각처럼 그 빈 자리는 삐걱댈까? 아이러니하게도 잘만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기하게도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옆 동료들은 빈자리가 생기자 업무를 자연스레 분담하는 모습을 보이고, 혹은 더 유능한 인재가 입사해 회사의 총애를 받곤 한다. 연애는 또 어떠한가. 힘들어하고 있을 줄 알았던 옛 연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시작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곤 한다.

맞물린 관계의 톱니바퀴들 사이에서 가장 중추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작은 부속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를 무척이나 맥빠지게 만든다.

일본의 9월 방문객 지표가 발표됐다. 9월의 일본 방문객 수치는 주요 집계국 20개국 중 한국만이 유일한 하락을 기록했다. 무려 60%에 육박하는 압도적 하락률로.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탑 2를 차지하던 우리나라 시장이 급격하게 빠져나갔음에도 9월 일본 여행시장은 전년 대비 5.2%의 성장을 이뤘다. 올해 1~9월 지표 역시 전년 대비 4%의 상승된 지표를 기록했다. 일본여행업은 앞으로 하반기 단풍철, 내년 2020 도쿄 올림픽 특수를 앞두고 있어 전망을 밝게 예측하고 있는 상황.

그래도 한국은 소도시를 방문하는 경향이 많아 일본 소도시 경제가 위태롭다는 보도를 듣고, 한국 관광객의 방문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담기 위해 일본여행업 관계자에게 해당 현 담당자와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냐고 묻자, “사실 그곳은 요새 몰려드는 중국, 대만, 베트남 여행객 유치로 바쁘고, 2020년 올림픽 특수를 잡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어 그다지 한국 여행객이 절실하지는 않은 상황이다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

그동안 산업에 공들인 비용은 제로섬 게임을 넘어 어느새 매몰비용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면 이 총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건 누구인가? 그 이름 모를 누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단 그들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는 이들은 많아 보인다.

, 돌이켜보니 퇴사를 종용하던 사람들은 자기 회사에 잘만 다니고 있었고, 쿨하게 헤어지라던 사람들도 자기 연애는 그렇게 목숨 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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