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GO아라 ‘Unnamed Darkness’
보아라 GO아라 ‘Unnamed Darkness’
  • 신동민 기자
  • 승인 2019.11.01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아라 여행·사진작가

“Unnamed Darkness에 실린 사진들은 직접 다녀온 세계 각국의 여행지에서 촬영한 것이지만,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사진은 아니기 때문에 찍은 장소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의 사진이 흡족하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 사진의 전설이라 불리는 로버트 카파의 말이다. 탈색한 단발머리에 힙한 스타일. 소위 말해 걸 크러쉬한 필이 충만한 그녀의 손에는 언제나 늘 카메라가 들려져 있다. 가이드북 그리스 홀리데이로 데뷔한 이후 최근 사진집 언네임드 다크니스를 출간하기까지. 전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 위해 두 발로 누비며 셔터를 눌러온 고아라 여행·사진작가를 만나봤다.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선물이 인생의 터닝포인트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고아라 작가는 졸업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진에 큰 관심이 없었다. 폰카를 찍는 것조차 꺼려했다고. 그러던 중 우연히 친구에게 카메라 한 대를 선물 받게 됐고, 2012년 졸업식 다음날 떠난 인도여행에서 무언가를 너무나 찍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고. “순간 이게 업이구나라고 느꼈다고 살짝 미소짓던 그녀는 인도에서 도착한 다음날 프랑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고. 그렇게 펍 등에서 일하는 틈틈이 유럽을 돌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이후 지금껏 다닌 곳만 어느덧 50여개국. 일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머물고 있다.

2015년 아테네를 비롯해 델피, 메테오라, 테살로니키 등 그리스 북부 여행지까지 담은 그리스 홀리데이발간을 시작으로, 여행·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녀는 여행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자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에서 만난 dino 아저씨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에서 만난 dino 아저씨

그러면서 2016년 겨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에서 만난 한 아저씨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머물던 숙소의 주인장이었는데, 이름이 디노였다던 고아라 작가는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가능했는지 3시간 가량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그가 대화 말미에 보여줬던 담뱃갑이 기억에 남는다. 흡연경고 문구가 보스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어로 적혀져 있었는데, 세 국가의 갈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천장 중에서 추려낸 85

20191. 그녀는 자신의 첫 사진집 ‘Unnamed Darkness’을 선보였다. ‘이름 없는 어둠이라는 뜻의 이 사진집은 인간의 심연에 자리한 어둠과 그 어둠을 똑바로 직시하는 과정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찍어왔던 수천장의 사진 중 85컷을 일년간 추려 146페이지에 담아냈다. 그녀가 건넨 사진집을 순서대로 감상하다 보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Unnamed Darkness

고아라 작가는 살면서 누구나 어떤 이유로든 어둠을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물론 어둠을 마주하는 일은 두렵다. 마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우주를 부유하는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어둠을 똑바로 마주하려 하지 않고 빛을 찾으려 애쓰지만, 어둠 그 자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둠 속을 걷는 일은 우리를 거대한 고통, 슬픔, 두려움으로 밀어 넣는다. 심연을 정처 없이 헤매는 와중에도 우리는 또다시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똑바로 마주하는 과정에서 어둠이 지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아이슬란드 찍은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삐뚤어진 집과 의미없는 펜스가 공허하게 서 있었다. 고 작가는 사진을 찍는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나 자신이 떠올라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유빙을 띄운 보드카 한잔

개인적으로 북극에서 가까운 곳을 좋아한다는 고아라 작가. 빡빡한 일상 속으로 돌아와 생활할 때면 아이슬란드에서 유빙으로 만든 보드카 한잔이 그리울 때가 있다고. 특히 운전을 하고 가고 있는데, 차창 밖으로 갑자기 오로라가 경이로운 모습으로 펼쳐져 눈물을 왈칵 쏟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녀가 꿈꾸는 다음 목적지는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제도 스발바르 제도이다. 62050km2 면적의 이곳은 여러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으나 85%는 빙하로 덮여 있다. 또한 겨울은 평균기온이 영하 15로 연간 약 300mm의 눈이 내린다. 1925년 아문센의 탐험이 유명하며, 세계 식물 종자 저장고가 설치돼 200만 종의 씨앗을 보관하고 있다고.

세상과 사람을 향한 진실함과 애정으로 열심히 걷고, 보고, 느끼며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희열이자 행복이라고 말하는 고아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