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기자수첩]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 이예린 기자
  • 승인 2019.11.25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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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P, 프랑스어 ‘répondez s’il vous plaît(please reply)‘의 줄임말로, 초대장에 회답을 바란다는 의미다. 이때 초대를 받았으면 무시하지 않고 참석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주최측에 대한 예의. 여행업계 역시 새로운 이슈나 자사의 상품을 알려야할 때 이러한 초대가 부쩍 늘어나기 마련이다.

두어 달 전, 한 항공사의 노선 취항식에 초청받았다. RSVP에 기재된 시각은 오전 10. 늦으면 예의가 아니라는 마음에 택시까지 잡아타고 부랴부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10분 전 도착한 나를 기다린 것은 휑한 현장. 제 시간에 도착한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고 관계자들 또한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기자를 초청해놓고 카메라 반입 허가증을 준비 못했다며 당일에 우왕좌왕하는 그들로 인해 내 표정은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허나 그렇게 야박한 인격의 소유자는 아니기에 행사준비에 바빴던 그들의 입장도 이해하며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현장취재를 시작한 시각은 2시간이 지나서였다. 대기시간의 반 토막도 되지 않던 취항식이 막이 내리고 노선에 대해 관계자의 미니인터뷰를 추가하려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지금 바쁘다는 말이었다. 주객전도라는 말을 아시는가? 취재 열정에 찬물을 끼얹으니 허무함마저 느꼈다. 주간지의 가장 중요한 마감일인 목요일에 개최된 행사였기에 현장에서 즉시 기사를 완성해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행사인 만큼, 참석자들의 직함 및 보도내용의 검토를 위해서였다. 수정사항이 있으면 금요일 전에 해야 한다는 덧붙이는 말도 잊지 않았다.

허나 돌아오는 주 월요일. 이미 보도된 기사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청했다.

바쁜 마감요일에 의리로 참석한 행사에서 나는 불편함을 느꼈고 이미 보도된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수정 했다. 처음과 끝이 일맥상통해야 그에 응당한 가치 있는 소식을 보도할 열정이 생기지 않을까.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고 안 좋았던 그날의 기억 하나로 앞으로의 행사를 예견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난 지금. 서랍 한구석에 자리 잡은 버스 영수증을 보며 그날 안내받은 교통비 지원금은 과연 언제 처리될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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