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노사피엔스의 시대
[기자수첩] 포노사피엔스의 시대
  • 임채호 기자
  • 승인 2019.12.20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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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일컫는 단어로, 스마트폰을 떼놓고는 생활할 수 없는 신세대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포노사피엔스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 간극의 정의가 다소 모호했다면, 이제부터는 신인류의 등장으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 세대는 오장육부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뗄 수 없는 장기가 하나 더 추가되며 오장칠부의 전혀 다른 인류가 되어버렸다고.

이들의 핵심은 스마트폰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를 간편하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또, 이들은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한 번의 클릭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강하다. 그 결과 일종의 혁명이 발생하게 됐는데, 핀테크가 불러온 금융혁명’, 모바일 쇼핑발 유통혁명’,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일으킨 미디어혁명등이 그 예다.

최 교수의 말처럼 업계는 이미 포노사피엔스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친해지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달 발표된 주요 여행사들의 2020년 경영 목표를 살펴보면 새로운 플랫폼 개발과 간소하고 간편화된 서비스 제공,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명시하며 신인류들의 특성에 발맞추고 있다. 관광청 역시 올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인플루언서 초청 행사·팸투어가 더욱 증가하며 그들이 신세대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얼마 전 동보·보람항공이 밀레니얼이 주체가 된 송년회를 개최한 점도 일맥상통.

그러나 이론에 맞춘 흐름과 달리 현실은 신인류들에게 차갑기만 하다. 새로운 세대가 안정적으로 업계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인 공채는 자취를 감췄고, 불안한 인턴 채용만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여행시장은 이직이 힘들다라는 말이 끊이질 않고, 그나마 취업 장벽을 뚫은 포노사피엔스들은 역량을 발휘하기는커녕 무급휴가와 구조조정으로 가중된 업무를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오상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구찌의 성공사례를 언급하며 신세대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찌는 현재 대부분의 하이앤드브랜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35세 미만의 매출이 65%에 육박한다. 중요한 것은 구찌가 2015년부터 모든 전략을 30세 미만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가져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모바일을 기반으로한 여행앱 구찌플레이스론칭, 모피소재 제외, 유튜브 콘텐츠 투자, 소셜미디어 활용 등이다.

오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가 공급자 중심에서 모든 콘텐츠를 제작해왔다면, 이제는 사용자(고객) 입장에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기성세대가 신인류의 갬성을 이해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구찌의 사례처럼 신세대에게 콘텐츠 개발을 위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여행업계의 2019년이 포노사피엔스에 대해 이해하는 해였다면, 2020년은 이해의 시대를 넘어 오 교수의 말처럼 포노사피엔스에게 맡겨보는 믿음의 시대로 한 단계 진일보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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