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완벽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기자수첩] “완벽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임채호 기자
  • 승인 2020.02.07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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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여행사 CS팀에 재직했던 지인이 여행사라면 모든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건넸다는 답변이다.

모든 정보가 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 직원이 사소한 부분까지 구두로 설명해주지 않아 출국 공항을 착각했다는 것이 이유. 발권받은 E티켓 조차도 확인하지 않았느냐라는 물음을 꾹 삼킨 채 완벽하게 살펴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그녀는 큰 회의감을 느꼈다고.

행복을 선물하는 직업이라는 로망을 가지고 가이드 일에 뛰어든 또 다른 지인은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한다. 그는 가끔은 여행객과 가이드가 아니라 감독관과 수험생의 관계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한 팀을 만날 때가 있다진심을 담았더라도 단 하나가 기준에서 어긋나면 그들은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친다. 그렇게 힘든 인솔이 끝나면 한동안은 매너리즘에 빠지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꺼내지 않은 이야기는 아마 더욱 많을 것이다. 실제로 KATA가 발행한 불편신고처리사례집을 살펴보면 씁쓸한 사례들이 눈에 띈다. 병원이 베드버그에 물린 것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가 이상한 숙소를 예약해 베드버그에 물렸다라는 주장 하나만으로 위로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항공사의 잘못으로 지연된 캐리어를 찾아 전달하기 위해 분투했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보상금을 지급한 경우도 있다.

물론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합당한 서비스의 기준점이 터무니없이 높아 보인다는 점은 아쉽다. 돈을 아끼기 위해 매우 저렴한 상품을 이용함에도 모든 서비스는 고가의 상품과 같아야 하지만, 소정의 선택 관광을 제시하면 금세 관광객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악덕 가이드로 낙인찍곤 한다.

이러한 갈등이 생겨나면, 그 사이 그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했던 노력은 전부 덮여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는 물음이 돌아오기 때문.

연초부터 우한 폐렴이라는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일본불매운동과 홍콩 시위를 겪으며 생긴 상처 위에 소금이 무더기로 뿌려진 격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 사이판 등 전 지역에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업계가 소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여행사들은 수익 타격 걱정은 뒤로한 채 중국 지역 수수료 면제는 물론 홍콩과 마카오, 대만까지 수수료 면제를 실시하고 있다. 항공사도 마찬가지. 우한에 갇힌 교민을 위해 투입된 전세기에는 베테랑 승무원들이 먼저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러한 노력이 엄격한 감독관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 것은 왜일까. 그들의 눈에는 완벽한 것이 당연하기 때문일까.

칭찬과 감사 대신 중화권 이외 지역은 왜 수수료를 면제해주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니, 그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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