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리기는 올려야 하는데 짤릴까봐
[기자수첩] 올리기는 올려야 하는데 짤릴까봐
  • 이대석 기자
  • 승인 2012.05.07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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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석 부사장

유럽랜드사 한 임원은 여행사 눈치만 아니었다면 벌써 지상비를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현지 관광 관련 업종의 세금 탓에 영업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맨 먼저 지상비를 올릴 경우 거래처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고 했다. “매도 먼저 맡는 게 낫다”는 속담은 최근 랜드업계에서 금기다. 누군가 총대를 메줄 때까지 버틴 후 올리는 게 최선책이다.
회사 경영의 핵심인 가격 인상을 극심한 눈치 속에 해야하는 상황은 씁쓸하다. 그마저도 안 돼 지상비를 올리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랜드업체들은 더 속이 탄다. 지상비 인상 타이밍을 놓쳐 랜드사들이 적자로 내몰리는 상황은 나와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여행사가 지상비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 인상폭이나 속도를 조절하는데 더 치중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 호텔, 식당, 버스 등 관광관련 업종들의 세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고, 유류 및 제반비용 상승까지 겹쳐 원가마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파리에 소재한 4개 한인 여행사 대표가 지상비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관행화된 마이너스 지상비, 현지 원가 상승, 기차티켓의 서울 발권 등으로 패키지 행사를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지상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내여행사에 배포했다. 현재 현지 한인업체와 여행사별로 난항속에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각 여행사별로 물밑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A여행사 유럽팀장은 “항공좌석 공급과잉 및 수익성 제고 등으로 인해 현지 업체들이 요구하는 것을 100% 받아줄 수는 없어도, 현지 상황을 고려해 성수기까지 순차적으로 인상해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반부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현지 한인여행사들도 요구안을 관철하겠다는 강경한 분위기보다는 거래여행사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시장이 정상을 되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성수기를 겨냥한 행사거부 선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대양주 지역도 별다른 성과없이 시장이 흐르고 있으며 유럽도 당초 결의가 퇴색되는 경우가 종종 들려오고 있다.
이번 파리 소재 한인여행사들의 호소문도 벌써부터 위기를 겪고 있다. B여행사 유럽팀장은 “최근 일부 여행사에서 5월 유럽 상품가를 덤핑 가격 수준으로 광고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경우라면 지상비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오히려 현재의 지상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시급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지상비 하락과 인상 요구가 반복되면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현지와 국내 랜드사 및 여행사간의 갑을 관계에서 불거져 나오는 불신이 가장 크다. B여행사 유럽 팀장은 “아무리 여행사에서 요구를 한다고 해도 현지에서 요금을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덤핑 행사가 이뤄지겠느냐”며 “많은 여행사들이 지상비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확실하게 요금을 지키지 못한다면 작금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석 기자 leeds677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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